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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안생일] Camomile 추천 0     검색 1689
로아르제   2014-02-19 오후 6:31:14

 

 

 

 호오- 하고 숨을 내뱉으면 뿌연 입김이 몽글몽글 흘러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풍선을 불며 힐끗 창너머를 바라보니 소품으로 준비된 검을 들고 진지하게 휘두르는 이안이 보였다. 어느정도 부푼 풍선의 매듭을 묶어 한쪽 구석으로 던지고 서둘러 상자를 계단모양으로 쌓아올렸다. 아까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날씨가 더럽게 춥네 어쩌네 툴툴거릴 땐 언제고... 아무튼 다른건 몰라도 연기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것도 표정연기!
 

 

 


"...... 거기서 뭐하냐?"

 

 


 어?

 

 

 

 

 


 

  Camomile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

 

 

 

 

 

 

 

 
"이,이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검은 색의 홑겹 무복 위에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패딩을 걸친 이안이 문가에서 비딱하게 기대어 있었다. 좀전까지만 해도 한창 진행중인 것같던 촬영이 벌써 끝났나? 아니, 그렇다고 쳐도 세트장 구석에 처박힌 이 소품창고에 찾아올 리가 없는데? 아니, 그전에 분명 코디언니한테 얘 좀 붙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니, 그전에...

 

 


 
"내 말 안들려, 꼬마사장? 이 먼지구덩이에서 뭐 하냐니까?"
"그, 그건..."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다!


 

 

 
"오지마!"


 

 

 
 결국 뒷정리는 포기한 채 쌓아둔 소품 상자들 위로 올라가 고개를 슥 내밀며 외쳤다. 등 뒤로 잔뜩 어질러진 색종이들과 풍선, 케익을 보고있자니 선뜻 여기를 빌려준 스텝진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성공하는게 더 낫잖아? 애써 뻔뻔한 말로 따끔거리는 양심을 위로하며 어이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이안과 시선을 맞추었다. 항상 위로 올려다보기만하다가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 되니 뭔가 새롭고 묘한 기분.

 

 


"난 저 밖에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힘겹게 촬영하고 있는데, 꼬마사장은 이런 한적한데서 남모를 취미나 즐기고 있다 이거지? 을의 비애를 이런데서 느끼다니."
"무슨 말이 그래? 남모를 취미라니!"

 

 

 

 물론 불꺼져있는 소품실에 들어가있는게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어딘가 애매하고 이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선택에 어이가 없어서 받아치자 이안이 픽 비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뭐하는건데?"
"그거야... 근데, 너. 왜이렇게 비딱해?"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꼬마사장. 네가 오늘 나한테 해준 것들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어?"


 

 

 
 왠지 모르게 진지한 그 태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했다. 오늘은 2월 14일. 발렌타인 초콜릿은 아침에 줬으니까, 됐고. 생일파티는 지금 저 뒤에 준비중이니까, 됐고. 아, 설마......!
 

 

 

 
"오늘 생일인데 촬영잡힌 것때문에 그러는거야? 그건 촬영팀에서도 미안하다고 했...어..."

 

 

 

 .... 이게 아닌가? 유일하게 흠으로 생각 되는 것을 지적해보았으나 잔뜩 구겨진 이안의 인상은 좀처럼 펴질줄을 몰랐다. 잠시 맹렬하게 나를 쏘아보던 이안이 이내 탁, 맥이 풀린듯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됐다, 됐어. 뭘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하... 사장이자 매니저라고 딱 하나 있는게 순 바보에, 변태에, 이젠 멍청하기까지..."
"뭐! 내가 왜!"

 

 

 

 순간, 정말 절절히 진심을 담아 실망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보는 이안의 얼굴에 욱해서 내 앞에 있는 소품상자를 집어던지다시피 들어올렸다.


 바보에, 변태에, 멍청하다고?

 

 

 

"봐! 여기 이렇게 생일선물도 있...!..."

 

 

 

 소품상자 아래에 감춰져 있던, 새하얀 포장지에 감싸진 선물이 내 손에 의해 불쑥 들어올려졌다. 물론 분위기 따위는 싹 다 말아먹은 채로.


 잠깐... 내가 지금 뭘 한거지?


 씩씩거리며 선물을 쥐고 있다가, 한 대 맞은 것마냥 멍한 이안의 표정을 보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깜짝 선물이 된 것 같긴 한데, 분명 놀란 것 같긴 한데... 이럴거면 난 왜 스텝분들한테 온갖 아양을 떨며 소품실을 빌리고 이안 스케쥴을 조정하고 그 난리를 친거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내 손만을 바라보는 이안의 얼굴 위로 아침부터 이 추운 소품준비실에서 낑낑대며 상자를 옮기고 풍선을 불고 색종이를 자른, 한마디로 개고생한 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저....... 울어도 될까요.

 

 

 

"흠, 뭐... 고맙다. 근데 거기엔 왜 올라가 있는거야? 설마, 진짜 말 못할 취미라도 있어?"

 

 

 

 먼저 정신을 차린건 얼떨결에 선물을 받아든 이안 쪽이었다. 귓가에 살짝 붉은 기색이 남은걸 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끔한 얼굴로 돌아온 이안이 엷게 웃으며 습관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멈칫했다. 상자의 높이가 꽤나 높았기 때문에, 그가 손을 뻗어도 내머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결국 이를 포기한 그가 툴툴거리며 물었다. 기분이 풀렸는지, 아까와 동일한 내용의 질문이었음에도 비아냥거리는 어조가 아니라 흡사 아이가 투정부리듯 하는 어조.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기대했던 것처럼 감동의 눈물이 철철 흘러넘치고 격정적인 반응이 펑펑 터지는 화려한 축하는 아니지만, 아무렴 어떠랴 싶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통속적이고 뻔한 어구지만 중요한건 언제든 꾸며댈 수 있는 겉껍질이 아니라 그 속인데.

 

 


"좋아, 그런 의미에서!"
"?"

 

 

 
 다시 기운을 회복하고 호기롭게 외치며 엉거주춤하게 의자에서 한 칸 내려와 내가 깔고 있던 상자를 들어올렸다. 이 안에 들어있는건,

 

 바로... 생일 파티의 필수품. 고깔모자!

 

 서둘러 내 걸 머리에 쓰고 이안을 향해 내밀었다. 내가 한칸 내려왔기 때문에 이안과 딱 눈높이가 맞았다. 뭐, 조금 순서가 뒤바뀐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자, 얼른!"
"... 넌 그나이 먹고 그러고 싶냐."
"이게 왜? 뭐가 어때서? 혹시 혼자쓰기 부끄러워서 그래? 이리와, 내가 씌워줄게. 소품실이라 폭죽도 못터트리는데 아무것도 안하면 심심하잖아."
"아니, 난 별로... 아, 알았어."

 

 


 
 뻔뻔하게 철판을 깐 내 끈질긴 요구에 결국 작게 한숨을 쉰 이안이 주춤주춤 다가왔다. 새파란 고깔모자위의 하얀술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음, 이제 케익만 준비하면!

 


 그런데,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몸이 둔해서였는지, 아니면 누구 말대로 둘 다였는지 모르겠지만, 이안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무릎을 대고 있던 소품박스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위태롭게 쌓여있던 것들이 흔들렸다. 소품실 안은 꽤나 추웠고, 가뜩이나 뻣뻣한 몸은 추위로 얼어 작은 균형조차 잡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어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쌓아올려져 있던 상자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추락의 공포에 질끈 눈을 감았으나, 몸 여기저기가 상자에 부딪혀 욱신거리는 것을 빼면 예상외로 끔찍한 고통은 없었다. 허리를 두드리며 몸을 반쯤 일으키다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이고, 아파... "
"하, 너 진짜..."

 

 

 

 

 졸지에 내 아래에 깔려버린 이안이 나즈막히 한숨을 내뱉다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피식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근데 이거, 생일선물?"

 

 
 
 
 아까 줬는데 무슨 헛소리야?
 뜬금없는 이안의 중얼거림에 맞받아치려 했으나 생각은 입밖으로 내뱉어지지 못한채 곧 사그라들었다.

 

 금빛 속눈썹이 두어번 팔랑인다. 마치 꽃을 유혹하는 나비처럼.

 


 쪽방 창문을 타고 들어온 햇살에 바스라지는 그 현란한 반짝임은 이성을 현혹시키고, 내가 할 말조차 잊은 채 넋을 놓고 바라보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칠새라 이안이 내 뒤통수를 잡고 그대로 눌렀다.

 


 
 
 벌어진 입술이, 맞닿았다.
 
 

 

 

 

 

너... 이거 반칙이야! 생일선물 빤히 받아놓고 키...키...!

키...키... 뭐? 그리고 이왕 주는 김에 하나 더 얹어주는게 어때서- 윽!

 그렇게 곰살맞게 웃지마!

아야... 손 진짜 매워.

시끄러.

근데 꼬마사장, 그거 알아?

왜!

지금 얼굴 엄청 빨개.

.......

앵콜? 한 번 더 - 윽! 아! 아야! 잠깐! 잠깐만! 이거 취소!!



Camomile  지성이 넘치는 이성주의자. 주변의 모든 것이 못마땅하게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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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제 손가락 좀 펴주세요 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로맨스 고자라는걸 이런 식으로 인증하게 될 줄이야 ㅠㅠㅠ 급전개 원작붕괴..... 저도 제가 이런 무모한 용기를 낼 줄은 몰랐어요;;

 

* 니가_들고온다는_다음편이_이게_아닐텐데.txt.....는 죄송합니다 ㅜㅜ 사실 그것도 쓰긴 했는데 공지를 다시보니 게시글 하나에 써야 한다고 되어있더라구요;; 원래 상중하로 구상했는데 그걸 한 게시글에 넣다가는 너무 길어서 읽다가 지칠듯...;; 그래서 바꿨습니다! ㅇ▽ㅇ(?) 코멘 남겨주셨던 커피리나님, 시모리님 감사합니다 ㅠㅠ

 

*사실 저 다음 내용도 조금 쓰긴 했는데 그건 진짜... 달달해야 하는데... 제가 로맨스 고자인 관계로 그냥 오글거리는 둘의 대화이므로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도무지 안잡혀서 뺐더니 어설픈데서 끊긴듯;;

 

*수정할때는 멀쩡한데 게시글로 보면 글꼴하고 줄간격이 왜 들쭉날쭉할까요 ㅠㅠ

 

 

 

 


 



추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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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아르제   2014-02-23 오전 12:20:21
별난, 사탕님/ 저도 그런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큐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이안 어나더데이트 cd의 힘입니다!(?) 코멘 감사해요! 그리고 이안은 원래 멋있습니다 (소곤
 별난, 사탕  난 선플만 달아요^^ 2014-02-21 오전 7:46:58
아이고 이렇게 가슴설레면서 글을 보다니 =ㅅ= 혹시 별에서오신 초능력자 외계인이신가요 예를 들면 글을 설레이도록 잘쓰시는 초능력이 있으신다던가...?ㅎㅎ 장난이구요 너무 달달 하게 잘봤습니다 >_ㅋㅋㅋㅋ 아 이안왜이렇게 멋있대요~
 로아르제   2014-02-20 오후 10:22:11
Gaybar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지하실 ㅋㅋㅋㅋㅋ 군만두 ㅋㅋㅋㅋㅋㅋ 그럼 전 올드걸이 되어(...) ㅋㅋㅋ 꺏! 코멘 감사합니다!
 로아르제   2014-02-20 오후 10:19:55
하코베 유우린님/ 잌ㅋㅋㅋㅋㅋㅋㅋㅋ 혼인 신청서까지 안쓰셔도 됩니다 ㅋㅋㅋ 이렇게 장문 코멘과 추천만 있으면 돼요 :D 원래 코멘과 추천은 잠자던 글쟁이도 춤추게합니다(?) /// 진님/감사감사완전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Gaybar   2014-02-20 오후 3:50:54
혹시 지하실 좋아하세요????ㅠㅠㅠㅠㅠㅠ 군만두라던가????? ;ㅁ; 왜이렇게 달달한가여ㅠㅠㅠㅠㅠㅠ 행복하네요ㅠㅠㅠㅠㅠㅠ
 .진   2014-02-20 오후 1:16:28
좋다좋다참좋다ㅠㅠㅠㅠ 너무좋네요 정말
 하코베 유우린  저는 절대로 악플을 달지 않아요!! 2014-02-19 오후 8:19:42
로아르제님, 저 진짜 로아르제님께 한마디 할게요. 자, 로아르제님 저랑 결혼합시다. 저랑 결혼해서, 평생동안 이안의 달달한 소설을 써주십시오...!!!!!!!!!!!!! 제발요!!!!!!!!!!!!!!!!!!!!!!!!!!!!!!!!!! 는 장난이구요, 내용이 진짜 너무너무 달달해서 행복합니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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