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벤트   비쥬충전 고객센터    
 

ID저장
로그인
회원가입 l ID/PW찾기 보안접속
커뮤니티
수다게시판
질문게시판
비법게시판
스샷게시판
팬픽게시판
팬아트게시판
초보자가이드 비쥬충전
아이콘
미투데이 페이스북 트위터 요즘
제목 [이안생일] 고마워, 꼬마사장. 추천 2     검색 2283
꼼냥이 V   2014-02-24 오후 11:26:38


똑똑 

 

"이안ㅡ 들어가도 돼?" 

 

"……." 

 

"이안ㅡ 어젠 내가 잘못했어어ㅡ. 그러니까 꺼지라든지 들어오라든지 대답 좀 해봐. 응? 이아ㅡ안." 

 

오전 11시. 정말, 9시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평소에 칼같이 7시 정각에 맞춰 일어나던 사람이 오늘은 웬일인지 해가 중천에 걸려있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방구석에 박혀있다. 거 참 7살 먹은 어린 애도 아니고 대체 뭐 하자는 심보인가! 어젯밤 푸짐한 탕수육 하나 시켜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주제로 꽤나 복잡한 언쟁을 벌였는데, 그게 화근이었나? 내 뱃속에 거지가 있나 보다 하면서 계속 옆에서 칭얼대며 탕수육 좀 시켜달라 졸랐던 게 많이 불쾌했나? 찍먹파니 부먹파니 할 때 기분이 많이 상했던 건가? 윽, 그래도, 결국 자기도 맛있게 먹어 놓고서는! 그리고 몇 달만의 야식이었는걸? 만날 다이어트니 운동이니 하면서 고기도 닭 가슴살 밖에 먹지 않고 채소만 먹어대서 딴에는 기름진 음식도 먹이고 싶었던 거란 말이야. 물론, 배도 많이 고팠지만……. 

 

"으으, 정말이지, 그렇게 치사하게 나온단 말이지? 그럼 이쪽도 치사하게 들어갈 거야! 이야아아아ㅡ!!"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고 있는 힘껏 열쇠를 돌렸다. 그런데 열쇠가 헛돈다. 분명 잠겨있을 문에 끄르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상하네, 이안은 항상 방 문을 잠그는 사람인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상대해주는 건 이안이 아닌 코코.

 

"왜 들어와, 못생긴 게, 왜 들어와." 

 

저놈의 말버릇은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파에 털썩 앉아버렸다. 어딜 간 거지? 그러면서 코코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웬일인지 사료 통이 말끔했다. 정말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안이 사료를 채워 주면 항상 몇 알 정도는 남겨 두던데. 오늘은 왜 말끔하지? 

 

'대체 어딜 간 거야? 정말이지 언제부터 없었던 거지? 몇 시더라….' 

 

시간 확인차 폰을 딸깍, 열어젖히니 수신 문자가 떴다.   

 

'꼬마 사장, 오늘 드라마 아침 촬영 나가니까 코코 밥이나 잘 챙겨줘. 문 열어 놨다.' 

 

아, 그게 오늘이었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서둘러 가야 한다는 게 오늘이었구나. 이거 참 미안해지는 상황이다. 12시 넘어 튀긴 걸 먹고 잤을 텐데 속은 괜찮으려나? 대체 내가 아침 일찍 촬영가는 사람에게 무슨 바보짓을 한 거야! 생각 없이 소화도 잘 되지 않는 고기를 먹인 내가 한심하다. 그래도 그렇지 오늘 촬영이 있었음 탕수육을 먹지 않겠다 말하면 될 일 아니었나? 거기다 말없이 촬영장으로 사라져 버리다니……. 정말이지 통탄할 일이다. 그럼 어디로 간지 귀띔이라도 하고 갔어야지. 아, 귀띔은 했는데 내가 잊은 거구나.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니저를 버리고 혼자 사라져 버릴 수가 있는지! 자고로 연예인은 옆에서 바쁜 스케줄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일도 스케줄도 술술 풀리는 법인 것을, 내가 같이 가는 게 여간 불편했었나. 

 

공연히 시무룩해져 이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의외로 통화음은 길지 않았다. 

 

"왜 꼬마 사장." 

 

"오오, 촬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야 지금?" 

 

"촬영장." 

 

"그러니까 어디냐구. 영등포야 강남이야 신촌이야?" 

 

"아아, 부산." 

 

"에에ㅡ? 그렇게 먼 데까지 가는데 어떻게 매니저를 버리고 갈 수 있어?!" 

 

"늦게 야식 먹고 잤으니까 살이나 더 쪄 버리라고. 보니까 꿈나라를 헤매고 계시더구만." 

 

"이이ㅡ!! 방에 들어왔었어? 그럼 깨우지! 그렇게 먼 곳을 가는데 매니저가 안 챙겨주면 어떡해!" 

 

"평소에 네 정신이나 똑바로 챙겨 꼬마 사장. 그리고 오늘 스케줄 이거뿐이야. 나 촬영하러 간다. 이따 봐." 

 

"어, 어? 자, 잠시ㅁㅡ!" 

 

딸깍 

 

많이 바쁜 모양이다. 다시 전화 걸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메시지로만 생일 축하 문자를 남겨버리기엔 너무 성의 없잖아. 그래도 그렇지 스케줄 하나뿐이라고 매니저를 놔두고 가버리다니, 정말이지. 이른 아침 부산까지 가려면 대체 몇 시간을 잔거야. 잠은 잤으려나. 이러면 너무 미안해지잖아. 아무리 정신을 붙잡지 않고 살아왔다 하더라도 오늘은, 오늘은……. 

 

"네 생일인 건 안 잊었단 말야. 축하한단 말도 못 했는데, 멍충이가…." 

 

코코의 사료 통을 채워주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더니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향하고 있었다. 나 오늘 완전 한가하단 말야. 이렇게 연예인만 굴려먹으면, (여태까지 그래 왔지만) 나도 꽤나 죄책감 비슷한 게 들어버린다고! 아침 촬영 마치면 아마 오후 늦게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 아아, 그건 그렇고 나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구나! 

 

-매니저는 꽤나 지나있던 시간을 자각하고서는 서둘러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 

 

"컷뜨!" 

 

"자자,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다들 배에 기름칠 두둑이 하고 집에들 가야지? 정말 수고했어! 허허허ㅡ." 

 

분주히 돌아가던 카메라의 빨간 불이 꺼지고 감독의 컷 사인이 쩌렁쩌렁 울렸다. 촬영장의 사람들은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과 드라마 종영의 아쉬움을 여실히 드러내는 얼굴을 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사실 겉치레에 해당하는 인사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의 한마디 한마디가 피곤을 그나마 덜어주었다. 남자는 옆에 있던 여배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 촬영까지 함께 호흡을 맞춰나간 여배우가 덕분에 촬영이 즐거웠다며 눈웃음을 쳤다. 꽤나 요염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상당한 미모의 여배우였으나 남자는 꺼림칙했다. 며칠 전부터 추파를 던져오던 여배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공연히 예민해서 그러겠거니 치부해 왔거늘. 이제 와서 보니 애써 무시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겉으로는 상냥하게 웃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엿이라도 당장 구해 와 여배우에게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자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여배우는 한 손으로 남자의 왼손을 지긋이 잡고는 자신의 키를 맞춰 잠시 무릎을 굽혀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남자는 여자의 키에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여자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뺨과 입을 가리며 남자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회식할 때 잠깐 나 좀 봐요." 

 

올 것이 왔구나. 남자는 반사적으로 직감했다. 여배우는 남자의 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초점을 꼭 맞춰 보고서는 잡았던 손을 놓고 촬영장을 이탈했다. 촬영도 마지막이니만큼 저 여자도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구나, 이걸 매니저가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터벅터벅 걸어와 남자의 다른 쪽 손을 잡으며 "이안, 얼른 회식 가야지! 멍하니 뭐 하구 있어? 어서 짐 챙기자." 하면서 재빨리 짐이 있던 곳으로 끌고 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얼굴에는 괜스레 옅은 미소가 번졌다. 걸치고 있던 재킷 오른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메시지 아이콘을 터치했다. 메시지 입력창을 터치했다. 마지막 촬영이라 회식하고 늦게 들어간다고, 남자는 엄지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였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홈 화면으로 돌아가 날짜를 확인했다. 2014년 2월 14일 금요일. 잠시 날짜에 시선이 머물렀다. 메시지 아이콘을 다시 한 번 터치했다. 남자는 왜인지 성에 차지 않는 표정으로 자꾸만 메시지 아이콘을 눌렀다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했다. 무언가 남자를 충족시키지 못 했다. 남자는 괜히 가벼운 한숨을 쉬고는 동료 연기자가 재촉하는 소리에 서둘러 짐을 챙겨 회식자리로 이동했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여느 회식과 다름없이 술잔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이제 촬영이 끝났으니 한동안은 쉴 수 있겠다느니, 정말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는데 아쉬운 점도 참 많다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토해내는 이들. 빈말이든 진담이든 간에, 남자는 이 지긋지긋한 곳을 어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멍하니 있다 싶으면 오고 가는 술잔. 남자도 술잔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몽롱해오는 취기를 느꼈다. 쌓여가는 술병을 봤다. 벌써 저렇게나 마셨나, 남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서서히 오르던 속의 메스꺼움을 참지 못해 바람도 쐴 겸 식당의 밖으로 빠져나와 공동 주차장으로 나왔다. 조용한 구석을 찾아들었다. 구석에 쭈그려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싶었으니까. 주머니를 뒤적이며 일주일가량 재킷의 왼쪽 속주머니에 묵혀뒀던 담뱃갑을 찾아 주머니를 휘휘 저었다. 없다. 아무것도 잡히질 않았다. 허탈감에 사로잡힌 남자는 문득, 지나간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싶어 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오후 9시.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하며 먼저 인사를 하고 서둘러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남자는 다시 식당 입구를 향했다. 

 

그런데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남자의 팔목을 강하게 잡아왔다. 

 

"……!" 

 

"후후, 나 나오는 거 보구 나오는 거 아녔어ㅡ?자기." 

 

회식자리에서 좀 더 얘길 나누자던 여배우였다. 야맹증으로 인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었으나, 흐릿한 불빛에 그나마 의지해 바라본 여자의 낯빛은 꽤 달아 오른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도 그랬다. 남자보다도 꽤나 취기가 오른 듯했으니까. 그런데 '자기'라는 호칭은 또 웬 말인가, 거기다 여자의 말끝은 미묘하게 짧아졌음을 느꼈다. 남자는 여배우가 자신의 손을 잡으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골치가 아팠다. 찬찬히 들어주다 때가 되면 바로 거절하고 반응에 장단이나 살짝 맞추다 가야지,라는 생각만이 남자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와중에 여배우는 남자의 왼손을 서서히 감쌌다. 남자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여자의 손가락은 이내 남자의 손을 단단히 붙들었다.  

 

"저,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매니저 불러드릴까요?" 

 

죄여오던 손길을 단숨에 뿌리친 남자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여자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여자로부터 몇 걸음 물러났다.  

 

"어라라, 왜 튕기고 그래에? 쑥스럽니? 푸흐흐ㅡ." 

 

여배우의 혀는 이미 말릴 대로 말려버려 제대로 된 발음을 내뱉기 어려워 보였다. 거기다 입을 뗄 때마다 풍겨오는 술 냄새와 코끝 찡한 향수 냄새가 한데 섞여 밀려오는 악취는 남자의 기분을 제대로 흐려놓았다. 여배우는 귀엽다는 듯 실실 웃음을 흘리며 남자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남자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남자는 여배우의 찝찝한 손길을 밀어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여배우를 노려 보았다. 여배우는 남자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꼬집던 손을 살짝 내리더니 사나워진 남자의 눈매를 피해 시선을 자신의 주머니로 옮겼다. 남자는 몹시 불쾌했다. 하지만 여배우는 남자의 선배였으므로, 남자는 꼬치꼬치 물고 늘어질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버렸다. 한숨이 나왔다. 여배우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들어 몇 번 터치하더니 남자의 얼굴에 폰 화면을 쑥 내밀었다. 화면에 비치던 것은 남자와 여자에 관련한, 연예계의 흔한 가십거리인 '스캔들'이었다.  

 

"쨘. 이것 봐 이거어ㅡ, 여기, 우리 엄청 잘 어울린다구, 우리 사귄다는 기사 올라왔다?" 

 

여배우는 기분 좋다는 듯 남자 앞에 드러낸 폰을 흔들어 보였다. 남자는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눈앞에는 '여배우 A와 이안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어른거렸다. 남자는 휴대폰을 냅다 들어 패대기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 담았다. 그는 참고 있었다. 남자의 이미지 실추에 관한 것뿐 아니라, 화를 감추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매니저가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불 보듯 뻔한 결과였으니까, 남자는 지금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아아, 본의 아니게 선배님께 폐를 끼쳤군요. 당장 가서 기사를 내려달라 요청해야겠습니다." 

 

남자는 등을 돌려 식당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과 스캔들이 나 버리다니,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며 기사를 올려 터무니없는 뜬구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지. 기사를 적어 낸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거듭 다짐하며, 남자는 서둘러 주차장을 벗어나려 했다. 

 

"어머?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사실인걸." 

 

그러자 여배우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고깃기름에 립스틱이 번져 번들거리는 입술을 놀리며 남자의 두 손을 꼭 잡아들었다.   

 

"예? 무슨 말씀하시……." 

 

여배우는 검지로 남자의 입술을 막아들었다.  

 

"흐응, 모르는 척하는 거야? 순진한 거야?" 

 

남자의 기분은 몹시 불쾌했다. 자제력의 끈은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다. 어서 숙소로 가 노곤한 몸을 침대에 묻어버리고 싶은데, 이상한 여자가 옆에서 치근덕 거리며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배우는 다시 한 번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마주 보며 다른 한 손으로는 남자의 볼을 매만지며 얼굴을 올려다봤다. 

 

"가까이서 보면 항상 자기한테 반해버린다니까ㅡ. 촬영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볼 때마다 두근거려. 여기 시원하게 찢어진 눈매도, 오똑하게 선 콧날도, 밤인데도 여전히 반들거리는 머리칼을 보면, 언제나 설레." 

 

여배우는 이안의 이목구비를 하나씩 언급하며 손끝으로 얼굴을 쓸어내려 갔다. 손끝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 시선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할 수 있었지만, 남자에게는 그저 더럽고 역겨운 시선에 불과했다.  

 

 "... 이러지 마십시오." 

 

"으으응, 섭섭하게 왜 이래ㅡ 아까는 잘만 뽀뽀했으면서. 자기도 나랑 연기하면서 솔직히 두근거렸잖아."

 

여배우는 남자의 감정을 멋대로 단정 지었다. 남자의 마음은 오직 여자에게 향하는 것으로 단정 지었다. 남자는 서슴없이 낯부끄러운 말을 내뱉는 여자가 기분 나빴다. 연기를 현실과 동일시하는 태도도 부담스럽고 역겨웠다. 연기를 가지고 자신의 속마음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한 태도와 말투는 남자의 기분을 망치는 데 충분히 일조했다. 남자는 재빨리 여배우의 손길을 뿌리쳤다. 

 

"하지 말라고 경고 드렸습니다." 

 

"어머, 무서워라. 알았어. 알았으니까, 잠시만ㅡ" 

 

남자는 다시 올라오는 여배우의 손을 강하게 내리쳤다. 남자의 자제력은 고스란히 풀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여배우는 남자의 시선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하지 말라고! 당신 미쳤어? 당신이 뭔데 내 얼굴을...!" 

 

"왜, 왜 그래 갑자기ㅡ……."  

 

"갑자기? 그러는 당신은 왜 남의 감정을 함부로 단정 짓고 덤벼드는 겁니까? 왜 당신의 감정을 상대와 동일시하냔 말입니다!" 

 

남자의 화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배우를 노려보는 남자는 이를 부드득 갈며 애써 폭발한 감정을 진정시키는 듯했다. 여자는 남자가 무서웠다. 화를 내며 억누르는 남자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살기 어린 눈매로 여자를 쳐다보는 것도 같았다. 여자에게 대뜸 화를 내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과 남자는 같은 감정을 가지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던가? 여자는 잔뜩 겁에 질려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너, 너, 날 좋아하잖아. 쑥스러워서 표현을 잘 못 해서 내가 얼마나... 꺄아ㅡ!!" 

 

여자는 남자에게 다시 매달려왔다. 남자는 여배우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여배우의 하얀 칼라를 양손으로 붙들어 잡았다. 협박조에 가까운 어투로, 남자는 말을 따박따박 내뱉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려드리죠. 전 당신을 좋아하기는커녕 당신에 관한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 적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당신을 좋아해요? 미쳤습니까? 아무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들이대는 여자를 대체 누가 좋아한다는 겁니까! 한 번만 더 사람 가지고 장난치십시오, 그땐..." 

 

순간, 남자의 머릿속에 한 소녀가 스쳐 지나갔다. 소녀의 얼굴은 슬펐다. 온 세상의 죄는 모두 자기가 뒤집어쓴 듯 떨리는 목소리와 표정. 남자는 머뭇거렸다. 더 지나쳤다간 죄 없는 사람이 피 볼게 뻔했다. 또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남자는 덜컥 겁이 났다. 여배우의 하얀 칼라를 꼭 쥔 손의 힘이 슬슬 풀렸다. 여배우는 벙 찐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는 눈동자는 곧 물방울이 아른아른 맺혀왔다. 금방 흘러내릴듯한 여배우의 눈물방울조차 남자에게는 역겨운 가식으로 치부되었다. 남자는 여자를 내버려 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운전석에 서둘러 탑승하며 서둘러 회식자리를 빠져나왔다. 

 

* 

 

"꼬마 사장, 나 왔어ㅡ." 

 

새벽 2시, 사무소 안은 깜깜했다. 매니저가 깨어있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심 기다려 줄 것을 기대한 남자의 기대 심리는 곧 남자의 찌푸러진 미간에 드러났다. 나는 그렇게 터무니없이 황당한 일을 당하고 왔는데, 너는 사랑스러우면서도 평온한 얼굴로 잠에 빠져 달콤한 꿈속을 헤매고 있겠지,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매니저의 달콤한 꿈자리를 방해하고 싶지 않단 생각을 하며, 자신의 방에 다다른 남자는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 꼬마 사장?" 

 

매니저는 남자의 침실 소파에 고꾸라져 잠이 들어 있었다. 담요 하나 걸치지 않고 작은 몸을 웅크려 잠든 모습은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까지 했다. 올 때까지 버티다가 이렇게 된 건지, 남자는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옷장에 개어둔 하얗고 부들부들한 담요를 가져와 매니저에게 덮어주었다. 꽤나 불편한 자세임에도 포근한 표정으로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니 쌓여있던 긴장이 풀어지며 어쩐지 기분도 몽롱해 왔다. 찬찬히 주변을 살피던 남자의 시선에 들어온 낯선 선물 꾸러미. 정말 그녀 다운 선물을 준비했구나,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테이블 위의 노란 케이크 상자와 강아지 캐릭터가 달린 귀마개와 목도리, 꽤 정성을 가한 듯한 파란 줄무늬의 손편지. 남자는 편지봉투를 집어 들어 속지를 꺼내 한 글자씩 읽어내려갔다. 



'생일 축하해 이안! 으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니저를 두고 부산까지나 갈 수 있어? 정말이지!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깜짝 생일 파티로 케이크도 사 주고, 선물도 사 주고, 이렇게 편지도 전해주려 했단 말이야! 며칠 전에 아침 촬영하러 간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나긴 하는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기억이 전혀 없었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냐. 알았다면 내가 어제 탕수육 시켜 먹잔 말도 안 했겠지. 이씨, 진짜. 어제 촬영 일찍 가면 간다고 말을 하지! 말도 안 하고. 탕수육 때문에 속도 더부룩했을 텐데, 너무 미안하잖아! 앞으로 내가 미안해할만한 일은 하지 마. 알았지? 후, 다행이다! 네가 오기 전까지 이거 다 준비 못하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요즘 이안 인기가 물이 많이 올랐어? 생일도 밸런타인데이라 초콜릿 엄청나게 왔다구. 저기 침대 구석에 수북이 쌓인 초콜릿 보이지? 나도 택배 아저씨를 거들어야 할 정도였다니까. 그래도 네가 오기 전에 전부 준비할 수 있었어! 이제 내가 생일 축하해 줄 일만 남았네!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이안!' 


 

아아, 다행이다. 제일 먼저 든 남자의 생각이었다. 아직 남자와 여배우의 스캔들이 불거지진 않은 모양이구나. 남자는 안도했다. 바짝 세우고 있던 남자의 마지막 경계는 그렇게 서슴없이 풀렸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남자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왔다. 화를 내느라 묵혀둔 술기운이 지금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남자는 기대고 있던 소파로부터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았다.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꼭 감고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듣기 좋았다. 남자는 좀 더 소파 밑에 기대 쉬고 싶었다. 

 

"있지, 꼬마 사장." 

 

남자는 소녀를 나지막이 부르며 그녀의 머리칼을 살며시 쓸어넘겼다. 사르륵. 결 좋은 머리칼을 귓등으로 쓸어넘기는 소리는 남자를 한층 포근하게 했다. 쓸어넘기던 손은 소녀의 머리에 지긋이 멈춰버렸다. 

 

"만약,에 말야. 나 때문에 또 사무실이 시끄러워지면, 그때엔..." 

 

흘러내린 담요를 어깨까지 덮어주며 남자는 소녀의 결 좋은 머리칼을 다시 한번 쓸어넘겼다. 

 

"너 혼자 모든 걸 끌어안고 맞서지 마. 버티려 하지 마." 

 

소녀는 여전히 숨을 쌕쌕 몰아쉬고 있었다. 

 

"아직 성인도 아닌 네가 이 세상을 버텨내기엔 많이 힘겨울 테니까." 

 

두 손을 꼭 말아 쥔 소녀의 손 위에 남자의 커다란 손이 포개어졌다. 남자의 손에 소녀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기대도 돼. 나, 그렇게 능력 없는 놈 아니니까." 

 

소녀의 손을 포갠 남자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 꼬마 사장." 

 



소녀는 잠결에, 자신의 뺨에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든 것을 느꼈다.



추천하기
미투데이 페이스북 트위터 요즘
 .진   2014-07-05 오전 12:32:31
이번에 당첨되셨군요!! 이기회에 한번 읽어봅니다/// 아 이안♡ 멋있어요 ㅠㅠㅠㅠ 당첨 축하드려요~
 휘린짱   2014-04-03 오후 9:15:11
멋진 글이네여....^^ 잘 쓰셨어요.^ㅂ^
1 
댓글쓰기

목록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