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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편/본편/원영] Blue City -完- 추천 0     검색 157
노란코코몽   2020-08-31 오전 2:37:48

그 일 이후 약 2주가 지났다. 잡아놨던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됨과 동시에 취소사유에 대한 찌라시 때문에 그런지 그녀의 표정에서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당분간 휴가 좀 갔다 오지.”

 

? 콘서트가 2주 남았는데 휴가? 그리고 이번 주에 스케줄도 있단 말이야.”

 

그것들도 어차피 청화그룹이 채갈 거, 마음 비우는 게 나아.”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받지도 않는 전화기를 내리쳤다. 진청이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나올지는 몰랐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듯이 모든 것에 간섭을 하고 있었다.

 

 

그 청화그룹은 도대체 뭔데 네 스케줄만 이렇게 졸졸 따라다니는 거야? 이 와중에 아무것도 못하는 게 열 받아.”

 

그러니까 휴가 갔다 온다고. 곧 다 끝나니까.”

 

 

이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쯤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그 녀석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이제부터 그를 무너뜨릴 생각을 하니 온몸에 소름이 감싼다. , 오랜만에 손에 땀이 맺혔다.

 

띠리릭-

 

그렇게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 문자 한통이 도착하였다.

 

 

암튼, 어차피 기사도 안 좋고 하니깐 당분간은 네 말대로 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쉬면서 틈틈이 콘서트 연습이라도 해. 알겠지?...왜 대답이 없어?”

 

수집 완료. 회사로 와, 원영

 

크크큭.....하하하

 

“....무슨 좋은 일 있어? 갑자기 왜 그래?”

 

아아,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이야. 하하.”

 

 

그녀가 이상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들이 드디어 빛을 발할 차례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이 기쁨을 만끽해주겠어.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 긴 여름도 이제 드디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가 겪었던 여름 중에서 가장 뜨겁고 강렬한 여름이 될 것이다.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틀어져 있었다.

 

 

, 왔네. 이거 증거 모으려고 애썼다고. 이제 남은 건 주주들뿐이야.”

 

수고했어, 수호 형.”

 

“...이제 시작인가.”

 

“...시작이야. 이 모든 것은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내 복수를 위해 시작되겠지.”

 

말릴 생각은 없기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남는 건 없어. 어쩌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지.”

 

 

알고 있다. 이 싸움을 한다고 해서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는 그 시절을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이 복수는 어디까지나 진청을 바닥까지 끌어내는 것. 그리고 그 녀석의 패배의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언제나 내 곁에 있던 빛, 나의 어머니. 너무나 눈부시고 따뜻했던 그녀를 다시는 품에 안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 빛을 잃은 고통을 진청도 똑같이 느끼게 할 것이다.

 

 

지금 바로 청화그룹 주주들을 좀 모아줘야겠어, .”

 

하아. 그래, 알겠어. 네가 원한다면 어디든 따라가 주지.”

 

숙덕숙덕-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스러운 소리들이 회의실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나의 체스말이 될 자들이 들어온 것이다. 지금까진 적의 말이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나의 말이 될 것이다.

 

 

거참, 저희가 왜 환영그룹에까지 와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청화그룹 주주들이 환영그룹에서 뭐하는 짓인지,

 

그래도 긴밀하게 알릴 정보가 있다고 하잖습니까. 말은 한번 들어봅시다.”

 

짝짝-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청화그룹 주주 분들. 바로 본론 들어가 보도록 하죠.”

 

 

난 더 이상 무너지지 않는다. 날 무너뜨리려고 했다면 단단히 착각한 것이다. 네가 믿었던 사람들한테 마저도 외면당하는 꼴을 꼭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 것이다.

 

며칠 후, 오랜만에 일찍 잠에 들었다. 오늘 뉴스의 주인공을 볼 생각을 하니 그것만큼 기쁜 게 없다. 진청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내 스케줄이나 건드리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커피를 내리며 티비를 켰다. , 이제 진청이 어떻게 나올까. 티비에서 아침 뉴스를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곧 드러날 진청의 표정을 상상하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오늘의 뉴스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소식인데요. 청화그룹의 진청 사장이 비자금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경찰이 강압수사를 펼칠 예정이며...”

 

 

오늘따라 커피가 쓰다. 하지만 이 쓴 맛마저도 혀를 짜릿하게 감쌌다. 온몸에 전해지는 이 감각. 이것이야말로 복수의 쓴 맛일지도 모른다. 어서 와라, 진청. 아직 더 남았단 말이다. 조금 더, 더 숨통을 조여 주마.

 

띠리릭 띠리릭-

 

아아, 드디어 왔구나. 이렇게 나오지 않으면 섭섭할 뻔 했다. 눈에 불을 밝히고 소리쳐라. 그럴수록 더 짜릿할 테니까.

 

 

여보세요?”

 

내가 이런 걸로 끝날 줄 알아?! 애초에 비자금 거래 자체가 너희 쪽에서 심은 애들이었지? 내가 질줄 아나 본데, 아직 아니야!’

 

그래서 준비했어, 서프라이즈 선물.”

 

‘...?’

 

네 체스말. 전부 내가 가져간다. 뉴스는 끝까지 봐야지, 안 그래?”

 

 

짧은 침묵 속에서 다음 뉴스가 틀어져 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청화그룹 주식이 대폭 하락하였습니다. 이번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바로 전날에 청화그룹 주주들이 모두 환영그룹으로 주식을 옮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으아! 이건 말도 안 돼! 너 이 자식, 내 회사까지 건드려? ! 진짜 어이가 없군! 한국에 없는 동안 나 하나 삶아먹으려고 머리 좀 굴렸나봐, 원영!’

 

어디까지긴. 네가 다신 회생불가능 할 때까지지. 오늘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군. 이만 끊도록 하지, 그 때까지 잘 살아남도록 해봐.”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아직 더 남아있기에, 내 복수는 끝나지 않았기에 남은 발악은 나중의 기쁨으로 남길 것이다.

 

 

‘...크큭...크하하!’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실성한 듯한 그의 웃음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재밌군! 이번에는 내가 졌지만 끝은 내 승리가 될 거야. 너의 소중한 것을 무너뜨릴 때의 그 느낌은 정말 최고거든! 어서 너에게 소중한 존재가 생겨서 다시 한 번 무너뜨리고 싶다고! 난 내가 어디까지 떨어지던지 상관하지 않아. 그저 널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내 최고의 놀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그 날과 같은 너의 표정이! 하하하! 끝까지 날 따라와라! 같이 지옥에 가자고!’

 

 

-

 

오늘따라 커피가 쓰다. 덫에 걸려든 기분이다. 내 몸을 타고 흐르던 피가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진청은 이러한 상황을 재밌다라고 했다. 지금껏 그를 무너뜨리려고 했던 것들이 모두 그의 놀이가 되어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의 직위는 무너뜨렸지만 진청 그 자체는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러면 도대체 난 무엇을 위해 이 짓을 한 것인가. 결국 어머니의 복수조차 이뤄내지 못한 내 자신이 참으로 우스웠다. 마치 그 날의 나를 보는 듯했다. 진청은 내가 무엇을 하던지 더 나를 조여 올 것이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전부다 그의 손에 무너져갈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게 허무하게 내 손을 빠져나갈 것이다.

 

띠리릭-

 

사무실로 와, 원영! 콘서트 얘기 할 겸 전할 말이 있어.’

 

그녀의 문자다. 그 날의 유일한 증거물인 펜던트를 그녀가 가지고 있다. 허나 진청의 의도를 알아버린 이상, 펜던트를 지켜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이 지긋지긋 한 일도 이젠 못 하겠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모든 게 허무하다. 한국에 돌아오면 진청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말 모든 게, 허무하다.

 

띠리릭 띠리릭-

 

여보세..”

 

장난해, 유원영?!’

 

“...문자 받았으면 그만 끊지. 더 이상 그런 짓할 이유가 없어. 그 펜던트도 필요 없다. 우리의 계약은 여기서 끝이다.”

 

..잠깐! 네 기분이 요즘 어떤지 잘 알아. 청화그룹에서 자꾸 우리 스케줄 가져가서 너도 심란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콘서트에서 널 보기 위해 소중한 팬들이 온다고! 그러니 그런 작은 해프닝은 넘기고, 이제 좀 사무실로 와줄래?’

 

“...아무것도 모르면서...”

 

? 뭐라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껄이지 마. 너는 미련하게도 멍청하군. , 소중한 팬? 그 녀석들은 뭔데 날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한다고 그러는 거지? 그래, 소중하다 쳐.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 거 같아? 결국 다 똑같아. 내 곁에 남는 소중함이란 더 이상 없어. 결국 모두 사라지게 될 테니까.”

 

미련하게도 멍청한 건 너야!’

 

뭐라고? 너 지금 나한테..!”

 

난 네가 무슨 사정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아! 너의 실체가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일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건, 팬들은 지금 네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고 있다는 거야. 비록 겉모습만 좋아하는 것뿐일지라도 결국은 너 자체를 좋아해주고 있다는 거라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 그렇기 때문에 팬들 한명 한명이 소중한 거야. 과거에 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런 소중한 걸 잃기 싫으면....잃기 싫으면, 네가 지켜! 어딘가로 없어지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지키라고!..., 몰라! 늦지 않게 공연장 오는 거 잊지 마! 계약 철회 그딴 거 난 모르니까!’

 

 

-

 

끊긴 전화 소리가 나의 머리를 쿵하고 찍어 내리는 듯했다. 겨우 이정도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내가 창피했다. 통화를 했던 그녀의 말들은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솔직했다.

나는 그동안 소중함을 잃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것들을 부정해왔던 것 같다. 소중함은 그저 잃어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했다. 때문에 작은 것에도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날 깨닫게 해줬다. 소중함은 지켜나가야 하는 것임을 말이다. 아무리 진청이 무너뜨리려 한다고 한들, 내가 지키면 그만인 것이다.

 

 

하하...크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진청을 복수하려고 했을 때와는 다른 희열감이 솟구쳤다. 아아,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알고야 말았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서 빛과도 같은 사람, 그리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란 것을.

 

 

.

 

 

첫 번째 공연 준비해주세요! , 이안, , 그리고 원영! ‘Brown City’ 지금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들리는 함성소리. 저기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좋아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어리석음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게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그 마음 하나하나가 소중할지도. 그렇기에 그에 최선을 다해 응답할 뿐이다.

 

 

저문 햇살이 아직 꺼지기 전에 희미하게나마 사라질 듯 남아. 아직은 이 거리를 밝혀주는 지금, 갈색 빛으로 물든 이 도시에 남아. 이 거리에 남아. 세상을 바라보며 걸어가네.”

 

 

무대 바로 아래 구석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그녀가 보였다. 아까는 그렇게 당차게 말하더니 지금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무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만난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그녀에게서 어머니와 같은 빛을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강인함을 보기도 하였다.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여자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았고, 그것을 지키는 법을 알았다.

 

 

카페 간판 위로 깜빡이는 불빛. 바쁜 걸음으로 집에 가는 사람. 극장 앞에 모인 연인들의 얼굴. 거리 위엔 벌써 불을 밝힌 노점들. 술집 불빛 아래 사람들의 웃음. 저녁 장을 보는 시장 속의 풍경. 한껏 멋을 부린 차를 타는 남자. 아직 혼자 남아 일을 하는 사람까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어머니의 복수만을 위해 홀로 싸워왔다. 주변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혼자 이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 향해 함성을 날리는 저 소녀, 우리 뒤에서 연주를 하는 저 사람들,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이들, 그리고 내 앞에 그녀. 내 안의 푸른빛을 띠던 도시가 밝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 도시를 나 혼자 걸어가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나와 진청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진청은 계속 나를 공격해오겠지.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을 지켜나갈 것이다. 진청이 무너뜨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의 복수 때문이 아니라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설령 진청과 내가 같이 지옥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THE END

 

<후기>

 

하하,안녕하세요~! 미리보기 올린 뒤로 오랜만에 찾아뵀습니다.

 

개강 후에 너무 바바서 집필할 생각도 못했네요. 사실 이 스토리는 예전부터 짜놨던 스토리인데 언제까지 미완성작품으로 남길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새벽2시부터 아침9시까지 열심히 써내려간 소설입니다.

 

얼른 끝내고 싶었던 마음에 소설의 깊이감과 개연성이 떨어졌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끝이라도 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ㅋㅋㅋ

 

사실 급하게 써서 그런지 제가 생각했던 스토리 중간중간도 많이 바뀌었어요. 더 좋은 감정선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짧은 시간내에 그걸 보여주기에는 저의 필력이 한참 딸리기 때문에 ㅠㅠ

 

아직도 많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꽉 차 있는데, 이걸 다 언제 쓰려나 싶네요.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이게 마지막이면 어떡하죠?)

 

내년에 스프온 10주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10주년때 맞춰서 또 한번 글쓰러 올게요! 그때에는 진짜 신중하게 스토리 짜서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스프온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진 모르겠지만... 화이팅...!

 

 

 

 

혹시나 해서 그런데 소설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 'Brown City'는 사실 제가 좋아하는 노래에요. 하하

 

원래부터 이 노래를 모티브로 해서 이 노래의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원영이의 느낌을 그려내고 싶었답니다.

 

비록 필력이 딸려서 그게 보이지 못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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